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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애도가 필요할 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06.16
첨부파일0
조회수
749
내용

2014-전기 학회-라강학회 라운트테이블-내용 5 최종.



진정한 애도가 필요한 때

 

김석(건국대)

 

본인은 ‘세월호 사건’에 대해 애도(mourning) 개념을 중심에 두고 우리사회가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게 바람직한지 얘기하고자 한다. 세월호 사건 이후 사회 각 분야에서 추모집회와 애도 행사가 많이 열리고는 있다. 애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부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말하는 애도는 비극을 슬퍼하는 심리적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니라 정신분석적 입장에서 사회적 애도에 기초해 개인적 애도의 가능성을 높이는 적극적 행위(상징적 행동)를 말한다. 사회적 애도란 이번과 같은 억울한 죽음에 대해 사회가 합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함께 슬퍼하며 사회적 상실로 인정하는 공식적 행위(제의를 포함)를 말한다. 이것에는 사건에 대한 기록, 인정, 평가, 위로, 수용 등 모든 사회적 행위가 포함된다.

 

1 슬픔과 멜랑꼴리의 구분

프로이트는 1917년에 쓴 「슬픔과 멜랑꼴리」에서 슬픔(Trauer)을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정상적인 정서 상태로, 그리고 멜랑꼴리(Melancholie)를 정신 신경증(psychonévrose), 즉 주체의 삶을 심각하게 파괴시킬 수 있는 병리적 상태로 구분한다. 세월호 같은 비극에 대처할 때 이러한 구분은 대단히 유용하다. 피해자나 가족들이 멜랑꼴리적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정신의학이 자주 말하는 ‘트라우마’이론은 너무 사건의 파장에만 초점을 맞추고 주체의 대응을 소홀히 하는 문제가 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멜랑꼴리와 슬픔을 구분해주는 것이 바로 ‘애도’의 유무다. 현실에 머물면서 통제력을 잃지 않는 상태가 슬픔이라면 자아를 잃고 망상적 죄책감에 시달리고 자살적 행위를 하려고 하는 상태가 멜랑꼴리다. 이 둘은 애도 여부에 따라 나눠진다.

 

-슬픔: 주체성에 손상을 받지 않았지만 슬픔의 정서에 지배를 당하는 상태로 시간이 흐르면 고통에서 벗어난다. 상실된 대상에 투여된 리비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대상으로 옮김.

-멜랑꼴리: 이 상태는 대상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이 외상(trauma)처럼 반복되면서 자아의 상실로 바뀌고 자아의 분열이 일어난다. 프로이트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멜랑꼴리 환자에게서 그의 자아의 한부분이 어떻게 다른 부분과 대립하면서 그것을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또 다른 부분을 마치 대상인 것처럼 취하게 되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

 

2 애도의 기능과 역할

슬픔과 멜랑꼴리를 나누는 결정적 기준이 바로 애도 작업이다. 애도는 고통스러운 현실과 상실의 경험을 자아가 끌어안을 수 있느냐 아니면 그것에 등을 돌리면서 환각적 형태로 대상 리비도 집중의 상태를 유지하는 병리적 상태에 빠지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작용이다. 애도는 애착과 리비도 투자의 대상이 되었다가 잃어버린 대상을 상징적 의식을 통해 포기하면서 상실을 주체의 삶에 안착시키는 작업이다.

애도는 상징계에 상실을 정착시킴으로써 현실 구성을 가능하게 만드는 작업. 잃어버린 대상에 대한 표상을 내면화하면서 그 표상에 대한 에너지 투여를 점진적으로 끊는 작업이다.

-애도가 없다면 대상에 투여됐던 리비도가 “자아를 포기된 대상과 <동일시>하는 데에만 기여”한다. 멜랑꼴리에서는 대상을 포기하는 작업 대신 자아 상실이 일어나며 대상상실의 고통이 자아에게 전가되어 자애심의 추락을 가져온다. 자아와 잃어버린 대상과의 동일시는 자아로 리비도가 쏠리는 나르시시즘적 퇴행의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나르시시즘적 퇴행은 왜 우울증 환자들이 외부 현실에 대해 관심을 끊고 고립되면서 망상적 상태로 빠져드는지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자아는 대상 리비도 집중이 유지되는 상태에서만 외부와 적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데 나르시시즘적 퇴행에서는 동일시가 이를 대체하기 때문.

 

3 개인적 애도와 사회적 애도

1) 개인적 애도: 부재의 기표인 남근이 실재계의 구멍에 자리를 잡으면서 기표체계를 작동시키는 작용.

상실(타인의 죽음)에 의해 촉발된 실재의 구멍이 주체를 괴롭게 함 → 이 구멍에 결여의 기표인 a 혹은 팔루스가 투영되면서 자리를 잡음 →타자(새로운 대상)와 관계 설정 가능

2) 사회적 애도: 공동체가 함께 상실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죄책감을 씻어주며 고통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의식적 행위. 우리 전통 의식에서 많은 유형을 찾을 수 있음. 의식은 애도에 의해 벌어진 틈새를 메꾸는 중재자 역할을 한다. 사회적 애도가 없으면 개인적으로 애도를 수행하기가 힘들다. 사회적 애도, 즉 상징적 부채 청산의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슬픔은 현실 경계를 뛰어 넘는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사회적 애도가 개인적 애도의 조건이 된다는 것이 중요.

-사회적 애도의 부재 → 상실된 대상 기표의 부재 → 욕망이 작동할 수 있는 상징계의 결여를 만들지 못함 → 실재 대상인 남근의 망상적 침입 → 정신병

 

4 세월호에 대한 대책

-슬픔을 나눈다고 하면서 사실 그 책임에 대해 정부나 사회가 인정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진실을 외면하면서 이왕 벌어진 것을 자꾸 들추지 말고 빨리 슬픔에서 벗어나자고 위로하는 것도 애도의 배반이다. 이 경우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 죽음은 아무런 사회적 의미와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슬픔은 남은자의 죄책감으로, 죄책감은 다시 지명할 수 없는 대상(유령)처럼 현실로 회귀하면서 트라우마가 되어 주체를 괴롭힌다.


-이제 세월호 사건에 대한 공식적 조사와 정부와 사회 차원의 범국민적 애도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국회에 요구하는 유족들의 행동은 사회적 애도에 대한 요구이기도 하다. 또 이를 반정부 이념 행위로 몰거나 공권력을 동원해 추모행위를 방해하는 것은 반윤리적이다. 국가적 차원의 애도 의식과 작업이 필요.


-사건의 기록과 의미부여(역사화)도 중요: ‘세월호 시민 아카이브 네트워크’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장. 세월호에 관련된 모든 기록물을 수집하고 보관하고 정리하는 시민기록단.

“유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결국엔 잊혀지는 것” <잊지 않기 위해 새겨야 할 문신>.

한계레 21 제1013호(2014년 6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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