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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월호 참사와 ‘위로부터의 혁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06.14
첨부파일0
조회수
749
내용

2014-전기 학회-라강학회 라운트테이블-내용 2


세월호 참사와 ‘위로부터의 혁신’

 

신명아(경희대)


 

 뒤집혀지는 세월호 속에서 안전을 위해 그 자리에 있으리라는 방송을 믿고 자리를 지키던 어느 여학생의 애잔한 목소리, “창밖에서 사람들이 물속으로 뛰어 내려. 엄마아빠 나 무서워. 우리는 어떻게 되는거야”라며 울던 목소리를 핸드폰을 통해 들은 온 국민은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렸다. 그 시간은 바로 구조가 가능한 침몰 후 6시간의 황금시간. 그 옆에 해경 122부대 구조정은 와 있었으나 앵커부이 설치한다고 1시간 30분 소요. 거센 물결로 인해서인지 속수무책의 4시간. 한 경비정은 배가 너무 기울어져 올라갈 수 없다는 반응. 그러나 무엇인가를 한다는 외양을 보이기위해서인지 당장은 무용지물인 인양선은 즉시 도착. 특공대 88명은 물속에서의 생존자 구조보다는 시신인양에 주력. 황금시간대에 이 모든 비전문적 비적극적 노력이 인명구조의 특명을 받은 해경의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사고 이전의 비전문적 비적극적 모습은 어떠한가. 사고 당시 낱낱이 보고되어진 해양 관련 업체의 허례적 검사. 유병언의 고철 선박 매수 후 외양만 치장하여 거대 여객선으로 개조하라는 명령. 물에 빠진 학생으로부터 구조요청을 받은 해경 단체의 비전문적 비현실적 응수.--현재 배의 위도 경도는 무엇입니까? 아. 이렇게 손발이 안 맞고 타인에 대한 진정한 배려, 직업인으로서의 적극적 임무 수행 의지 부족. 이게 우리나라의 진짜모습이었다. IT 최강국, 게임개발 최강국. 이런 전자기술적 위업은 실생활에서 사고 당시 전방위적으로 다른 배들에게 통신하는 체제도 잘 기능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대조를 이룬다. 사고 지점 위로 외양상으로는 헬기가 몇 대 떴다. 그러나 물속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퇴선하라는 명령을 말해줄 스피커는 장착되지 않았다. 단지 우리 시청자들만을 위해 눈으로라도 안심감을 주려고 사고지점을 맴돌다 갔다. 사고 전 후 무엇 하나 전문적으로 성실하게 제대로의 루트를 따라 이루어진 것이 없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 대가는 아무 죄 없는 어린 학생들과 선생님 그리고 승객들이 최악의 공포와 불안감 속에서 운명을 달리 했다는 것이다. 이 총체적 난국은 어디에서 기인하였는가? 그것은 바로 뿌리 깊은 우리의 인명경시, 황금만능주의의 결과였다. 구체적으로 돈과 관련된 허망한 망상을 쫓아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무시하고 공무원으로서, 정치가로서 돈줄과 타협하고 적당히 잘못을 눈감아 주었던 매일의 일상이 겹쳐져 눈덩이같이 커져버린 결과였다. 그 결과 우리 미래사회의 주역들인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돈만이 성공의 척도인 왕국 건설이라는 미망을 쫓아 모든 올바른 제도를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 유병언의 손에서 일으켜진 거센 물결의 회오리 속으로 낚아채지고 말았다. 유병언 자신은 우리 사회의 몰상식과 몰인정, 돈에 대한 미망, 돈을 위해서라면 자기 아닌 타자는 이익추구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우리 잘못된 사회의 가장 큰 증표였다. 이런 유병언의 잘못이 대참사라는 거대 증후로 되돌아오기 전에 오대양사건 때 이 잘못이 고쳐질 기회가 있었다. 유병언의 진면목을 파악한 박찬종 변호사가 그 사건을 법의 심판에 맡겼지만, 역시 우리의 고질적인 현상으로 인해 힘 있는 자를 위한 적당한 타협으로 짧은 기간의 유병언의 교도소 생활로 봉합되었다. 지금도 안타까운 것은 유병언을 고발한 해당 변호사의 집에 구원파들이 에워싸고 시위를 벌이느라 몇 시간동안 집안에서 감금당한 채 떨어야했던 대가를 치루고서도 취해진 적법한 절차가 정작 관피아들의 철저하지 못한 직업윤리로 인해 섞어 문드러져 고름이 흐르는 상처를 법의 수술칼로 도려내지 못하고 적당히 봉합해 기억 밖으로 던져져 버렸다는 것이다. 망각 속에서 이 고름의 상처는 안으로 더 썩어 들어가 오늘의 대참사가 일어났다. 유병언이라는 치명적 독버섯은 이런 관피아의 봉합으로 더 크게 자라 해양수산계를 다양한 독버섯으로 뒤덮게 했다. 이제 이런 독버섯은 씨를 말려야한다. 그래서 나라의 수장도 국가개조를 운운하며 국민의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르는 작업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국가개조를 위해 수술대 위에서 수술을 지휘할 나라의 수장조차도 그 탄생의 순간에서부터 공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 휩싸인 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국가개조의 의무를 눈앞에 둔 우리 대한민국이 처한 역설적인 운명이다. 관피아의 개입에 대한 의혹을 받는 수장이 어떻게 관피아의 독버섯처럼 얼기설기 얽힌 리좀뿌리적 실체를 도려내어 건강한 새살이 돋도록 땅을 고르고 오염되지 않은 물로 토양을 기름지게 하느냐는 것이다. 외양적으로는 대선개입의 의혹이 연초에 해결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이후로 불거진 국정원의 또 다른 간첩조작 사건의 혐의는 이번 라깡 학회의 발표집에 수록된 신병식 교수의 ‘고문의 정신분석’의 주제에서 드러났듯이, 과거의 나쁜 현상이 고쳐지지 않고 즉 도려내지지 않은 채 다시 오늘에 반복되었다는 섬뜩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칼 맑스가 나폴레옹의 혁명이 처음 일어났을 때는 현대적 시민의 탄생을 위한 제대로 된 뜻을 가진 그러나 비극적 결말을 맺는 비극으로 나타나지만, 이것이 다시 1848년에 또 다른 나폴레옹 가문의 구성원에 의해 다시 반복될 때는 그 좋은 의미는 퇴색된 채, 천박하게 개인의 배를 채우는 데 그치는 희극적 모습을 띤다고 했다. 같은 비유적 관계는 아니지만, 유병언의 일차적 과오는 수 십명의 구원파 광신도의 안타까운 죽음을 수반하였지만, 이것이 오늘날 다시 반복되었을 때는, 구원파와는 전혀 무관한 수백명의 천사들의 죽음을 수반하는 끔직한 결과로 나타났다. 바로 이것 때문에 우리는 지금 국가개조의 수술칼을 잡아야한다. 왜냐하면 곳곳에서 일어나는 비윤리적 과오가 적당히 눈감아진 채 미봉적 봉합의 시도들로 인해 곪은 상처가 그대로 방치되어 다시 반복될 때는 인간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엄청나게 무지몽매한 행동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잘못을 고치고 사회를 개조하여 치유의 길로 들어가야 한다. 이 국가개조의 대사명을 위해 우리나라의 수장은 국민에게 일말의 의혹이 있다면 자신부터 의혹을 제거하기 위해 관련된 모든 일들을 다시 의혹에서 해방되도록 적극적 자세를 취해 자신부터 개조해야 한다. 그 일을 한 이후에만 다음 단계로 온갖 단체의 의혹을 제거하고 투명한 사회가 되는 데 최선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할 때만이 윗물이 맑아야 아래물이 맑아진다는 만고의 진리가 실현되기 때문이다. 이 길만이 어른들의 잘못으로 물아래에서 꽃피던 삶을 마감한 우리 천사들의 안타까운 희생에 조금이라도 속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상처받고 절뚝이는 나라의 수장으로부터 시작되는 위로부터의 혁신이 일어날 때 우리의 아픈 환부는 치유되고 새로운 건강한 나라로 거듭나게 된다. 아래의 혁신을 위한 위로부터의 혁신이 가능할 때 비로소 사회는 그 모든 나사들이 제대로 굴러가고, 나사들이 삐걱거려 그 틈에서 소중한 생명을 희생시켜야했던 나라의 운명도 밝게 치유의 길을 밟게 된다. 이번 참사에서 높은 곳에서 일으켜진 인재로 해맑은 천사 같은 아이들과 시민들이 한 모금의 공기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그 절망 속에 사그라질 때 높은 자리는 아니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의무를 다하던 선생님과 박지영 승무원 그리고 또 다른 의로운 사무장은 자신이 초래하지 않은 타인의 잘못을 교정하여 아이들을 구하느라 사투를 벌이다 생을 소진하였다. 이 선생님들은 누구인가? 황금만능, 실력만능 사회에서 인성과 윤리는 두 번째이고 자기 아이들만의 성공적 삶을 위해 질주하는 사회 속에서 다소 무시되어진 분들이었다. 이번에 이런 선생님들 43명이 대통령의 책임을 깊이 묻는 심각한 목소리를 낸 것에 경의를 표한다. 이런 일에 용기를 내지 못한 같은 교육자로서의 필자를 더욱 부끄럽게 만드는 것은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소수의 선생님들이 어려운 말을 기꺼이 직접 소리 내어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선생님들의 정신을 본받아 우리 모두가 자기를 성찰하고 잘못을 발견할 때는 올바른 사회의 건설을 위해 자신의 목소리로 관피아 타도, 온갖 악습적 관행의 타도를 외칠 때가 되었다. 우리 모두 나라개조의 대사명을 위해 이 주어진 조그만 역할을 다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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