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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후 스트레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06.14
첨부파일0
조회수
950
내용

2014-전기 학회-라강학회 라운트테이블-내용 1


외상후 스트레스


김종주(반포신경정신과의원·라깡정신분석연구소)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라는 진단은 얼핏 보기엔 뻔한 질환 같지만 이해하기 쉽지 않고, DSM-IV 태스크 포스의 의장까지 역임한 Allen Frances 박사가 쓴 “DSM-V의 변화와 쟁점에 대한 반응”이란 붙인 『정신의학적 진단의 핵심』에도 8쪽에 걸쳐 논의하고 있음.

 

둘로 나눠 생각해야 할 것 같음: 1) 생존자 2) 희생자의 가족

월남전 상이용사에 대한 정신의학적 연구로 오늘날의 개념이 확립.

정의: 누구에게나 외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강도의 정서적 스트레스를 경험한 이후에 발생

1) 꿈이나 각성시 사고에서 외상을 재경험 또는

2) 외상의 잔재를 영구히 회피하려 하거나 그 잔재에 대해 무감각으로 반응, 따라서

3) 지속적으로 과도한 각성상태를 유지

증상: 우울과 불안 및 인지기능의 저하(집중곤란)가 흔히 동반됨.


급성 스트레스 장애: 외상적 사건후 4주 이내에 증상이 발현해서 2일 내지 4주간 지속.


역사: 미국남북전쟁 당시에는 주로 심장증상을 보여 soldier's heart로 진단.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shell shock: 폭발에 의한 뇌손상의 결과로 생각. 제2차 세계대전에는 상이군인과 나치수용소의 생존자들한테서 비슷한 증상. 때로는 combat neurosis, operational fatigue(작전피로감)로 부르기도 함.


Traumatic neurosis: 20세기 미국에서 정신분석의 영향으로 ‘외상성 신경증’라고 진단. 외상적 사건이 어린시절 해결되지 못한 갈등을 재활성화시킨 것으로 가정. 신경질적이고 피로감과 악몽의 증가.


빈도: 집단수용소에서 외상적 사건 경험자의 75%까지. 생존자들은 30년 후에도 발병. 재난을 당한 사람들의 30%까지 발견. 월남전 상이용사의 30%(특히 전우의 죽음). 여성의 경우는 육체적인 공격이나 위협이 외상의 절반을 차지. 이 장애가 더 잘 일어나는 경우는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사회적 고립 상태.


동반되는 장애: 남성―기분장애와 강박장애. 여성―공황장애와 강박장애가 남성보다 높아.

원인을 보는 관점은 임상의사와 정신분석가에겐 미묘한 차이가 있음. 분석가의 관심을 끄는 요소는 외상적 사건을 경험한 모든 사람이 이 장애로 고통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Logotherapy를 창안한 Victor Frankl).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주관적인 의미’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

ICD(국제질병분류)-10의 진단지침에도 나와 있듯이 급성기에 환자들이 보이는 분노, 언어적 공격, 절망감, 암담함, 조절되지 않는 슬픔, 목적없는 과잉행동을 이해해야. 급성 스트레스 장애는 8시간 이후에 줄어들기 시작하는데, 대개 48시간 이내에는 감소하기 시작함. 살아남은 사람들의 죄책감에 대한 지지적 정신치료가 필요. 개인적 접근보다 동료집단.


예후: 완전회복 30%, 경미한 증상의 지속 40%, 중증의 증상의 지속 10%.

치료: 약물치료는 삼환계 항우울제 amitriptyline, imipramine의 효과가 입증.


정신치료: 개별적인 brief psychodynamic psychotherapy―주로 abreaction, catharsis와 함께 외상사건의 재구성. 횟수가 제한된 CBT. 외상사건에 대한 직면을 시도해야. 이때 가족과 친구들의 지지가 필요. 경우에 따라 집단치료와 가족치료가 더욱 효과적일수도 있음.

가족들의 급성 스트레스장애는 생존자의 치료와 다를 바 없지만 그 밖의 다양한 문제는 사회학자의 의견과 법률적인 자문도 필요.


원한과 정한: 천이두 선생의 『한의 구조분석』에선 원한과 정한으로 분류. 1997년 3월 29일 정신문화연구원에서 열린 “한국인의 화병―그 정신문화적 진단과 처방”에서도 급성기의 ‘화’보다 한의 중요성을 강조함. 그 집단치료에는 매스컴에서 소월 같은 은유를 보여줘야 할 것. 이청준 선생은 한이 살아가면서 켜켜이 쌓여가는 것이라 말하고 ‘한’이 우리가 살아가는 ‘생명력’처럼 승화될 수 있음(졸저 『이청준과 라깡』에서 「한의 정신분석」참조).

세월호 참사 다음 날인 4월 17일 조선일보의 A1면 기사 제목이 “침몰까지 14분… 눈뜨고 아이들 잃는 나라”에 대해서 상반된 의견이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에서 나왔음. “국민의 정서를 읽어내 공감할 수 있는 시각”이란 의견과 ‘나라’라는 단어의 적절성 여부와 함께 국가나 나라의 개념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의견.


아이를 잃은 어미는 그 아이를 가슴에 묻는다고 하는데, 그 부모들은 삶의 의미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급성기에 유족들을 돕는 방법은 덕수교회의 원로목사 손인웅 목사님의 지혜가 필요. 욥의 친구들처럼 찾아와 아무말 없이 함께 있어주는 것이 진정한 위로. 유족들의 슬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유족들을 더 괴롭히는 일. 참사 한달 후인 5월 16일자 조선일보 사설에서 유가족을 돕는 일에 우선 정부가 나서야 하겠지만 “기업과 병원, 종교단체, 시민단체들도 자발적으로 함께 나서줘야” 하는 이유로 유가족들이 고립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줘야 하기 때문.


비리로 얼룩진 해운업계, 해수부 마피아, ‘관피아’라는 신조어까지 동원되고, 유씨 일가의 100억대 탈세를 발표한 국세청, 서울 청담동 ‘몬테 크리스토’ 카페나 특급호텔에서의 식사초대에 참석한 기사는 왜 이제야 나오는지. 임상가의 무기력감과 왜소함. 그래도 선내방송을 믿고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죽어간 우리의 어린 학생들. 팽목항의 자원봉사 팀, 남의 생명을 더 소중히 여기는 선생님들과 세월호의 어느 직원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를 절망으로부터 구해주고 있음. 결국 제 몫을 다하지 못한 사회학자, 정치가, 매스컴 종사자들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의 이런 논의가 국가 복원력 회복에 도움이 되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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